[정치톡톡 백 쉰번째 이야기] 지키지 않을 약속은 왜했나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자료사진.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를 노골적으로 힐책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건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의결했다. 

운전대를 다시 잡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포고(布告)였다. 합법으로 불법을 다스리겠다는 것이고, 대화가 아닌 대결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대화와 타협 없는 사회는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가만히 보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도 모호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같은 이유로 파업했었다. 그들은 올해가 끝나면 사라지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컨테이너·시멘트 외 다른 화물차까지 범위를 넓혀달라고 요구했다. ‘안전운임제’는 무엇인가. 화물 노동자가 더 많은 물건을 옮기려고 제대로 쉬지 않거나 과속하지 않도록 최저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다. 

일하다 죽지 않고, 도로 위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절규인 셈이다. 정부는 요구조건을 들어주겠노라 약속했다. 그래 놓고 안 지켰다. 화물연대가 5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들어간 이유다. 

윤 대통령은 자기 입으로 한 약속은 어기고, 약속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에게 ‘법대로’만 얘기한다. ‘국민의 삶’과 ‘경제 위기’를 운운하며 파업을 ‘불법행위’로 몰아가고 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어디 화물연대뿐이랴. 자기 입으로 한 말을 보도한 언론사를 ‘악의적’이라고 못 박고, 그걸 빌미로 해외 순방 전용기에 태우지 않았다. 출근길 문답마저 끊고, 기자실까지 옮긴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출근길 문답은 누가 시킨 게 아니다. 대통령 본인이 하겠다고 국민과 한 약속이었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난 지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수고했다”며 어깨까지 토닥였다. 

정부와 여당은 이태원 참사 직후 원인 규명과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그래 놓고 어떻게 하고 있나. 야당이 이 장관을 탄핵하겠다며 해임건의안을 내자 국정조사 보이콧으로 맞섰다. 

유가족들은 지난 1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와 간담회를 요청했다. 한 유가족은 무릎까지 꿇고 진상 규명을 호소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 7명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희생자와 유가족은 아직도 슬픔의 늪에서 빠져나올 길 없는데,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무슨 염치로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남은 자들의 상처를 치유할 건가.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여러 번 사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고도 ‘국민의 삶’과 ‘경제 위기’를 갖다 붙일 수 있을까. 

정치는 됐고, 법대로만 하겠다는 발상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위험하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고 있는 집단은 누구인가. 화물연대인가? 특정 언론인가? 참사 유가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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