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시대가 청춘을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일이냐
안중근은 말하려고 총을 쏘았고
말을 삼킨 시대는 젊음을 죽였다
슬픔이 분노를 겨누고
아픔이 고통을 저격할 때
다만 멀리 죽어 흩어진 몸뚱이들
그들의 탄환이 시대를 뚫었다
통증이 기어이 대를 잇는다 

역사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시대의 비극, 개인의 아픔은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다. 
역사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시대의 비극, 개인의 아픔은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다. 

소설가 김훈이 안중근 이야기를 썼다. 역사책에는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이라고 짧게 소개되지만 내막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는 의사(義士)이기 전에 조선의 청년이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숱한 갈등과 고뇌를 가졌을 것이다. 종교적 양심(그는 세례명이 ‘도마’인 가톨릭 신자였다)과 가족에 대한 의무감, 삶에 대한 미련이 의거(義擧) 의지와 끝까지 충돌했을 것이다. 

애국지사이므로 목숨을 바쳐 의로운 일을 했다고, 당연히 생각하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쉽게 말할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시대가 그렇지 않았다면 안중근의 인생은 어땠을까? 가족들, 친구들과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다.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해서 밥벌이를 했을 것이다. 적어도 막내 아들의 얼굴도 모른 채 죽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사의 비극은 개인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나라의 독립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고뇌는 역사책의 짧은 기술로는 와닿지 않는다. 허구가 아니라 고증과 추측, 짐작과 상상으로 탄생한 이야기가 그 절절한 아픔을 느끼게 해준다. 하얼빈에 닿는 두 사람의 여정이 대비되며 소설은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의 운명을 그려낸다. 현실과 역사가 서로 잇대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느끼는 통증이야말로 아픔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는 유일한 심리적 기제다. 9월 2일은 안중근 의사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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