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식품의 ‘소비기한표시제’가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985년 도입된 ‘유통기한표시제’가 38년 만에 바뀌게 되는 것이다. 다만 우유는 여건상 2031년에 도입하기로 되어 있다. 소비기한이란 제반 보관조건을 준수할 경우 소비자가 섭취하여도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한이다.

현행 유통기한은 주로 식품 등 상품이 시중 또는 매장에서 판매해도 되는 최종 기한을 뜻한다. 이것을 소비자들은 ‘먹을 수 있는 기한’으로 인식하여 유통기한이 조금만 지난 것도 미련 없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욱 철저히 가려 먹인다. 매장에서 상품을 고를 때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더 남은 걸 고르려고 한다. 2019년에는 1만 5천 톤 가량이 쓰레기로 버려졌는데 절반 이상이 유통기한을 지난 상품을 폐기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폐기 양이 줄어들면 연간 8860억 원이 절약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우선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식품을 먹어도 되는 지 여부를 두고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유통기한 경과로 인하여 폐기되었던 식품이 줄어들어 먹거리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음식물쓰레기 양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폐기하는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자원낭비와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되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수필가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수필가

정부와 업계에서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불필요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기한도입으로 품질 변질 시점이 10일인 식품의 경우 안전기한이 6~7일에서 8~9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빵 종류는 3일에서 4일로, 두부나 우유는 14일에서 17일로, 액상커피는 77일에서 88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9년 한국소비자원의 ‘유통기한 경과식품의 섭취 적정성 조사결과보고서’의 조사 결과를 보면 냉장보관 등 관리가 제대로 된 경우 품목에 따라 25일에서 70일 까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소비기한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혼란예방을 위하여 표기 방법과 표기위치, 글자 크기와 색상 등의 기준을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유통기한표기 방식을 보면 불편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표기순서가 연, 월, 일순 또는 월, 일, 년 등 제각각으로 되어 있어 혼란을 겪게 된다. 더욱이 ‘2022년’에서 ‘20’을 빼고 끝 두 자리인 ‘22’와 같이 연도만 표기하여 날짜와 혼동하게 된다.

표기 위치가 일정하지 않아 상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밑바닥까지 살펴보아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글자 크기가 너무 작거나 색상도 선명하지 않아 찾기 어렵게 한다. 심지어 캔을 따는 꼬투리에 겹치게 표기하여 식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비기한표시제는, 현재 ‘유통기한표시’의 불편한 점을 소비자의 눈으로 충분히 살피고 사전 면밀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제조연월일을 함께 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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