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7월 21일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市). 불꽃놀이를 보러온 인파가 몰리며 육교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군중 눈사태(crowd surge)’가 발생했다. 군중 눈사태란, 좁은 공간에 밀착한 사람들이 균형을 잃으며 한꺼번에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사고로 어린이 9명과 70대 여성 2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참사에 책임지지 않았고, 진상규명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유족들은 15년여 동안 지난한 재판을 겪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참사 21년 만에 그간의 과정을 담을 책을 냈다.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지
코로나19 이후 만 3년. 거리두기 없는 설 연휴를 맞았다. 감염 확산 우려에 귀성길을 포기했던 가족과 친지가 모처럼 한 자리에 둘러앉게 됐다. 대개 이런 자리에서 중장년층의 화제는 ‘정치 이야기’일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번 설 명절에는 그 정도가 심할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이야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야당의 향후 진로 등등. 이 화제의 틈바구니에서 과연 ‘충청의 정치’는 끼어들 수 있을까? 선거 때마다 민심의 ‘바로미터’, ‘캐스팅보트’로 분류됐지만, 선거
‘매니페스토(manifesto)’란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당선 후에도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은 시민운동이다. 이는 곧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을 이상적 공약으로 삼았다.하지만 여야 거대 정당과 후보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마스터플랜보다 지역경제 활성화나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같은 막연하거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당선 이후에도 공약 이행률이 떨어지고, 선거 때마다 같은 공약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충청권의 경우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야 모두 국회 세종의
차기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절반이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충청권은 호남(68.5%)에 이어 두 번째인 67.6%였다. 22대 총선이 1년 여 남은 시점에서 발표된 결과에 지역 의원들 표정이 좋을 리 없을 터.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아도 속으론 몹시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더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전(7석)과 세종(2석)을 석권했다. 충남도 11석 중 과반(6석)을 확보하며 우위를 점했다. 양상은 3년 만에 바뀌었다. 중앙과 지역의 정권은
여야 대치에 새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던 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세종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 집무실 사업비를 내년 예산안에 대폭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시 정부안대로 예산안이 처리됐을 경우 세종의사당 부지 매입비 700억 원은 수포로 그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에 일말의 안도감을 줬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여야는 23일 저녁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법으로 정한 12월 2일 처리시한을 20일 이상 넘겼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은 처리 기록(2019년 12월10일)도 13일 경신하게 됐다. 여야 모두 늦장 처리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법을 만드는 국회부터 법을 지키지 않으니,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표할까. 결국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힘겨루기 때문 아니겠나. 법인세율 인하와 행안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지역화폐와 공공임대주택 예산 편성으로 포장만 했을 뿐.여야는 윤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덮고자 하면 더욱 드러난다’라는 ‘욕개미창(欲蓋彌彰)’을 꼽았다.두 사자성어 모두 화살은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올해 정치권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중앙과 지방 권력이 교체됐고, 여야 지위가 바뀌었다. 여야는 바뀌었지만,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정치 수준은 정권 교체 이전과 대동소이해 보인다. ‘내로남불’식 인사는 전 정부를 답습했고, 이른바 ‘윤핵관’과 ‘관저 정치’에 몰두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최종 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필요성을 내놓은 지 이틀 만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실내마스크 해제 필요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정부와 방역 당국, 대전·충남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특정 지역 광역단체장이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다음 달부터 당장 마스크를 벗겠다고 나오는 배경에도 관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를 노골적으로 힐책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건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의결했다. 운전대를 다시 잡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포고(布告)였다. 합법으로 불법을 다스리겠다는 것이고, 대화가 아닌 대결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대화와 타협 없는 사회는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가만히 보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도 모호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같은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동남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을 불허한 이유를 “악의적인 행태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비서관은 “무엇이 악의적이냐”라고 묻는 MBC 기자를 향해 “대통령에게 예의가 아니다”라고 해 언쟁까지 붙었다. 대통령실은 이 언쟁의 조처로 현관 앞에 벽을 쳤고,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출근길 문답 중단을 통보했다. ‘우린 지금 MBC에 단단히 화가 나 있다’라는 걸 행동으로 보였다. 윤 대통령에게 찍힌 MBC는 ‘퇴출’ 압력까지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기자단에 MBC의 출입 기자 등록 취소, 기자
지난 15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육사 충남 이전 유치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무산됐다. 이전 반대 측의 방해에 가까운 반발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막말은 물론, 몸싸움까지 빚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것도 헌법기관에서, 물리적 충돌이라니. 얼마나 볼썽사나운 꼴인가. 충남도는 서울 태릉에 있는 육사를 논산시로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 그에 따른 당위성도 내세우고 있다. 그 당위성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논리가 정연하면 반대 측은 찍소리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면, 충남도 논리에는 군데군데 틈이 있다. 그러니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은 최근 신작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펴냈다. 어쩌자고 그 반가운 택배에 슬픔을 배송했는진 모르겠으나, 그의 이번 시집은 유독 ‘죽음’에 대한 사유가 돋보인다. 그는 며칠 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죽음은 나의 죽음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신의 죽음이, 그 슬픈 죽음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그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이다, 라고 깊게 공유하는 마음, 나누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인은 “그래야 자식을 보낸 부모 마음이 ‘아, 나의 마음을 이렇게 공유하고 함
길 가던 사람들이 죽었다. 하늘이 무너진 것도, 땅이 꺼진 것도 아닌데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했다.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눌리고 깔려 목숨을 잃었다. 안타까운 죽음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따라다닌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 군대에서 휴가 나온 막내,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딸. 그들은 그날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그들의 가족은 하룻밤 새 ‘유가족’이 됐다. 정부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원인 규명보다 애도가 먼저인 게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그래도 온 국민은 고인들을 애도하며 명복을 빌었다.
지난 16일 벌어진 카카오 먹통 사태는 ‘IT 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드러냈다. 채팅부터 교통·금융·물류·유통은 물론, 의료·치안 등 공공서비스까지 멈췄다. 온 나라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직면했다. 동시에 전 국민은 ‘독점 기업’ 위력을 체감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서버 장애 등 시스템에 잦은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설비 투자는 게을렀고, 사업 확장에만 부지런했다. 카카오 부사장의 “화재는 예상 못한 시나리오”라는 해명은 “그동안은 무슨 시나리오를 준비했나”라고 반문하게 만든다. 카카오 사태 하루 전. 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22일 서울 유세 현장에서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 걸까. 대선 기간 내내 시끄러웠던 ‘대장동’이 다시 튀어 나왔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긴급 체포한 뒤 지난 19일 민주당 당사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비단 대장동뿐만이 아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 ‘탈북어민 강제 북송’ 등 전 정권 털기와 ‘북풍몰이’가 노골화됐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그걸 꼭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 기간에 몰아서
정치권에 때아닌 ‘친일(親日)·반일(反日)’ 논란이 한창이다. 여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일본’을 포함한 것을 비판하자 ‘반일’ 감정을 자극했다. 야당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선의 패망 원인을 일본의 침략이 아닌 ‘내정(內政)’으로 규정했다며 ‘식민사관’을 갖다 붙였다.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논란이 된 정진석 위원장 페이스북 글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 위원장 스스로 밝혔듯이 논평의 본질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 ‘본질’은 ‘자강론’을 강조하기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19일 “부울경 특별연합은 비용만 들고, 실익이 없다”고 선언했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기다렸다는 듯 일주일 뒤 메가시티 불참을 선언했다. 경남과 울산 단체장 모두 지역에 돌아올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3년여 추진했던 전국 첫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출범 5개월 만에 문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곽명섭 논설위원은 지난 4일 칼럼에서 “가장 걱정되는 대목은 부울경 상호 간의 신뢰 훼손”이라고 우려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문재인 정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성과물이라 할
사람이 죽었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또 죽었다. 살아보겠다고 나간 일터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웃렛 화재 사고로 7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청년 3명이 숨진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가 불과 3년 전이다. 이 공장에서는 사고 1년 전에도 폭발과 함께 불이 나 근로자 5명이 숨졌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사고도 4년이 안 지났다. 산업현장 곳곳에선 날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대형 사고라도 얼마 안 가 잊히고 만다. 나한테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지역정당 도입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정당법 개정안을 다루고,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는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지역정당 도입 필요성을 묻고 있다. 지역정당 이슈는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레퍼토리’다. 차기 총선을 1년 반 앞두고 재등장한 이슈 앞에 정치권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정치의 울타리 안에선 지역정당 출현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거대 양당이 이를 순순히 허용하느냐에 달렸다. 밥그릇 크기를 줄일 용기가 있을까, 하는 물음 앞에 긍정보다 부정이 앞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에미상에서 6관왕에 올랐다. 외신은 극찬했다.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이 최초의 비영어 수상작이 되면서 74년 역사의 에미상에서 엄청난 승자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 원이 걸린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 1억 원이 쌓이고, 최후의 1인이 상금을 모두 가져가는 서바이벌 게임이다.극 중 게임 주최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