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당진시 장애인 전담봉사 심상복 회장 인터뷰

35년을 한결같이 당진 장애인들과 함께 동행한 심상복(우), 이승숙씨 부부. 최종암 기자.
35년을 한결같이 당진 장애인들과 함께 동행한 심상복(우), 이승숙씨 부부. 최종암 기자.

[당진=최종암 기자] 35년 장애인 전담봉사활동을 해온 당진장애인후원회 심상복 회장은 “(본인이)부자였다면 약자와의 동행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좀처럼 말이 없던 부인 이승숙 씨도 “저 사람이 한다고 하는데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심 회장 부부는 충남 당진시 장애인 지킴이다.

5일 오전 10시, 심 회장은 자신의 사업장인 명동광고 입구에서 나사분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거한 폐 간판에서 빼낸 각종 나사를 통에 담고 고철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통에 담긴 나사는 그야말로 무량수였다. 지금까지 분해한 간판만 1500개가 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게 돈이 된다는 것 모르시죠?”

심 회장은 나사와 전선 등을 분리한 고철간판을 모아 팔면 “돈이 된다”고 말했다.

“폐 간판에서 분리된 나사와 전선, 고철 모두가 버릴 것이 없다”며, 다른 것들(현장에서 수거한 온갖 잡동사니)도 죄다 보여줬다.

이렇게 모은 돈은 모두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된다. 장애인 봉사를 하는데 자신의 사업장을 통해 번 돈은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다. 각종 수거작업은 자신이 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아 일종의 과외수입인 셈이다.

“광고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관된 일들이지요. 이런 직업,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렇게 번 돈은 집수리, 소풍 및 등산, 특기 지원, 음식 나누기 등 오로지 장애인을 위해 쓰인다.

폐간판을 분리하고 모아둔 나사. 최종암 기자.
폐간판을 분리하고 모아둔 나사. 최종암 기자.

그 중 자장면 만들기는 음식 나누기 봉사활동의 일환이다.

자장면은 장애인 행사가 있는 현장에서 직접 만든다. 심 회장은 행사 시 2~3백 그릇의 자장면을 만들어 장애인들과 나눈다. 지금까지 심 회장이 만든 자장면은 5천 그릇이 넘는다.

장애인 등산돕기도 심 회장이 보람있게 생각하는 봉사 중 하나다.

심 회장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항상 높은 곳만 올려다본다. 그러다보니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휠체어 탄 장애인들을 산 정상까지 오르게 하려면 장정 서너 명이 한 휠체어를 맡아야 합니다. 땀범벅으로 휠체어를 옮긴 뒤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하늘을 날아갈 듯 즐거워하는 장애인들을 보면 힘든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저희들이 더 행복해집니다.”

소풍도 장애인들이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심 회장은 그들이 “노래하기, 노래듣기, 춤추기도 좋아한다”고 전했다.

“장애인들은 무언가를 보는 것보다 참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노래하기, 노래듣기를 좋아해 노래를 틀어주면 하루 종일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노래를 틀어주면 춤도 아주 잘 춥니다.”

심 회장은 장애인들과의 소풍에서 빼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 “먹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들은 비싼 음식보다 야외에 나가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특기지원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인라인 스케이트 충남대표선수를 만드는데 일조한 일이다.

“집수리 봉사를 할 때 만난 한 가정의 장애인 여학생이 샤워실을 설치해 달라고 하더군요. 운동 후 땀을 씻을 샤워실이 없었거든요. (샤워실을 만들어주니)무척 조아했고, 그 덕분인지 도대표 선수까지 됐습니다.”

장애인을 돕다 보니 자연스럽게 장애인 후원회장이 되었다. 조직력이 약한 후원회였기에 행사의 기획부터 자금까지 회장이 도맡다시피 한다.

농작물 심기사업도 과외로 벌어야 하는 돈 때문이다.

심 회장은 몇 년 전부터 땅을 구해 무, 배추, 고추 등 김장에 필요한 농작물을 심는다. 매년 3천포기 이상 김장을 담그려면 역시 돈이 많이 든다. 심 회장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농작물 심기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매년 당진시 장애인이 김장혜택을 입는다.

심 회장은 “이런 일을 하는데 있어 가족은 물론 특히 아내의 협조는 천군만마입니다. 가족의 눈에는 가정사는 등한시 하고 바깥일에 미친 가장으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적십자회 총무로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아내덕분에 우리가족의 봉사활동 전선은 이상무”라고 감사했다.

심상복 회장이 들려주는 장애인 정보들도 일반인들이 알아둘만 하다.

그는 “적지 않은 장애인들이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령 삼겹살을 좋아하고 잘 먹는다 해서 너무 많이 먹게 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고 했다.

또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음식을 구분해서 먹지 못할 것 같지만 반찬이 있는 위치만 알려주면 정확하게 그곳으로 젓가락이 간다. 그들을 지나치게 보호하려 애쓰지 말고 옷깃만 살짝 잡아줘도 정확한 행동을 한다. 청각이 무척 발달돼 물가로 소풍을 가면 소리로 물고기가 있는 것을 알아 즐거워한다”는 것 등을 들려줬다.

국가적 지원을 못 받는 장애인 시설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그는 “당진에 있는 12개 장애인시설 중 샤론의 집과 한빛 공동체 등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겨울엔 기름 값이 없어 냉방으로 지낼 정도”라고 밝혔다.

심 회장은 35년 장애인봉사를 하며 장애인 가계부 통장을 만들었다. 고철간판 등 온갖 잡동사니를 팔아 만든 돈을 통장에 일일이 기록하고 정리함으로써 다음 봉사의 계획을 세운다. 당진시 장애인들의 어머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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