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지역서점협의회가 발족한 이유(上)
대전에 지역서점협의회가 발족한 이유(上)
  • 이동선
  • 승인 2021.02.2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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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동선 대전시지역서점협의회장(계룡문고 대표)

대전시지역서점협의회 창립식 모습. 왼쪽 두번째가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대전시지역서점협의회 창립식 모습. 왼쪽 두번째가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마을에 한 가정의 가장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그 동네서점 주인이 그 가장에게 “자녀 학원 보내기도 어려울 텐데 우리 서점에서 책이나 실컷 보게 보내세요. 안 사도 되니 절대 부담 갖지 말고...” 이렇게 말했단다. 그 집 자녀는 날마다 그 지역 동네서점에 와서 책에 빠지더니 사교육 하나 없이 연세대학교 국문과에 합격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 학교 사서 교사는 “우리 아이는 계룡문고가 키웠어요. 감사해요. 계룡문고를 이용하다 보니 책을 너무 좋아하고 도서관 이용이 많아져 사교육 하나 없이 교육대학교에 입학했어요.” 

대전의 한 지역서점(보문중고등학교 앞 대견서점 대표)인은 “우리 애는 엄마 아빠가 서점 하니까 집에서도 서점에 나와서도 허구한 날 책에 빠지더니 사교육 하나 없이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했지요.” 아이들 데리고 논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서점견학 오는 초등교사는 “저는 아버지(서구 도마동 해냄서적 대표)가 일하는 서점에 주말에 나가서 실컷 책만 봤지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잘되었어요.” 국내 유명 동화작가 한 분은 “6.25전쟁 끝나고 어려울 때 동네책방에 들러 돈이 없어 책은 못사고 계속 읽기만 하는데 서점 주인 아저씨가 의자를 하나 주더군. 다리 아플 텐데 책 사지 않아도 되니 앉아서 보라고. 그래서 그때 책 참 많이 봤어. 그래서 동화작가가 된 것이지. 서점 아저씨가 정말 고마웠어.” 

황인호 동구청장도 보탰다. 조카들에게 사교육보다 책을 자주 사주면서 독서를 강조하고 서점에 자주가게 권했더니 사교육 없이도 고려대학교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포항 구룡포 산골에서 토마토 농사짓는 농부 황보태조씨는 60리길 포항시에 있는 지역서점에 들러 책을 사다 방바닥에 깔아놓고 책에 빠지게 하여 사교육 하나 없이 5남매 모두 일류대를 보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명강사가 되었고 서점 가는 날은 휴일이었다고 고백한다. 또 어느 책 표지엔 저자의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과외 한번 시키지 않고 교복은 얻어 입혀도 생활비 절반은 책구입, 아들을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보내 ‘공짜로 아이를 키웠다’는 보통엄마 노덕임, 서점 간판만 봐도 감사하다는 그녀의 가장 비싼 과외 이야기”. 

IMF 이후 사라졌던 동네서점...신개념 동네책방으로 등장했지만 생존 어려워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의 자녀교육에 대한 이런 글도 있다. “나 역시 아이들이 착하고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 읽기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방법이 없을까 많이 생각했다. 그 결과 생각해 낸 것이 아이들과 함께 책방에 가서 책을 사고 그 책을 함께 읽고 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아내와 함께 2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후에는 꼭 책방에 들러 1∼2시간은 여러 가지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고 딸에게도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 고르도록 권했다. 아이들은 어떤 책이든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했으며 반면 나는 시집을 포함해서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골라주었다. 지금도 나는 일간지에서 소개하는 많은 책을 수첩에 적어 두었다가 책을 살 때 참고로 한다. 왜냐하면 좋은 책을 고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책을 통해서 아이들의 정신연령과 아이들의 취향을 느낄 수 있었으며 또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용이 많았다. 아니 일부러 많이 했다. 지역(동네)서점에 대한 이런 얘기는 수도 없이 많다. 지역(동네)서점 주인이 은인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 대전지역 안팎에 있던 과거의 지역서점이고 지금까지 남아서 생계문제와 함께 사명감으로 고군분투하는 지역(동네)서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공공도서관은 드물게 몇 개 정도밖에 없었고, 학교도서관은 변변치 못할 때 지역(동네)서점은 도서관의 역할까지 상당 부분 감당했다. 그런데 IMF 이후 인터넷 서점과 홈쇼핑이 등장하여 가격을 폭탄적으로 할인 판매를 하니 지역서점들은 추풍낙엽처럼 망했다. 전국적으로 단기간 내에 70% 이상 없어졌다. 지역서점들이 참고서 비중이 높아지고 그 많던 단행본이 줄어들고 문구류 등으로 바뀐 것을 고려하면 80% 이상 줄어들었다. 대학가는 서점이 완전히 멸종되었고 유흥가로 뒤덮여 있으니까. 요즘 새로운 개념으로 모습을 보이는 동네책방도 꽤 많이 등장한다. 참고서류는 없고 단행본 중심으로 어떠한 주제를 갖고 있다. 동네주민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벌써 대전에서도 20개가 넘었다. 

그러나 버텨내기가 너무 힘들다. 이런 서점들은 80년대 대학가 한 귀퉁이에 간혹 있었던 인문사회과학전문서점으로 또 90년대에 들어서서 어린이 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전국적으로 130여 개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대전에도 몇 개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 서점들도 인터넷 서점과 홈쇼핑의 등장으로 전멸하다시피 했다. 전국적으로 대여섯 개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다시 지역(동네)서점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014년도부터 시행된 부분 도서정가제법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서점을 살려야 한다는 전국적인 공감이 형성된 것도 한몫했다. 

대전시, 지역서점활성화조례안 제정..서점업계, '지역서점협의회' 발족

지역서점은 단순한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교육과 문화를 감당하는 중요한 책사랑방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래서 대전광역시도 2019년 말에 지역서점활성화조례안이 제정되었다. 그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대전광역시 차원에서 지역서점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그렇게도 중요한 지역서점을 방치한 것에 대한 자성과 시민의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지역서점인들이 악조건 속에서도 동네 책사랑방인 지역서점을 지키고자 사명감으로 고군분투한 것을 알기 때문이었고 지역서점인들에게만 맡겨선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시 차원에서 지원하고자 하는데 우선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을 비롯하여 공공기관에서 사는 책도 꽤 많아 지역서점에서 구매하면 지역서점에 큰 힘이 되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유령업체나 지역서점과 관계없는 간판만 서점인 곳에서 사는 경우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대전 23개 공공도서관은 몇 년 전부터 지역서점에서 모두 구매하고 있다. 이런 것을 파악한 대전시는 대전지역서점활성화조례안에 근거하여 이 분야에 전문가와 관련 기관 부서장급과 지역서점인 대표들로 지역서점활성화위원회를 탄탄하게 구성하여 많은 논의를 하며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에 발맞춰 대전지역 서점인들도 의기투합하여 대전광역시지역서점협의회를 발족했다. 

시민과 대전시 차원에서 이렇게 도와주려고 하는데 지역서점인들도 자성할 것은 자성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여 함께 살고 지역주민들에게 정말로 사랑받는 지역서점으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지역서점이 단순한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역서점에 대한 중요성과 그간의 고군분투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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