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민주주의’ 위기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정보민주주의’ 위기와 세종대왕의 애민정신
  • 한지혜 기자
  • 승인 2021.01.22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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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의 눈] 코로나 1년, 세종시가 새겨야 할 것

세종시청 4층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 세종의 애민정신은 훈민정음 창제로 이어졌고, 백성들은 우리글을 통해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세종시청 4층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 세종의 애민정신은 훈민정음 창제로 이어졌고, 백성들은 우리글을 통해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지방정부 최대 과제는 ‘주민참여’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비대면 행정이 자리 잡으면서 주민참여 선제 조건인 ‘정보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불성실한 자료 공개나 행정편의주의 정보공개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보민주주의 정신의 시초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훈민정음 창제는 단순히 우리글의 탄생이 아닌, 모든 정보에 어두웠던 백성들이 나라 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가진다. 한국 정부는 이로부터 550년 후인 1996년,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정보공개제도는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해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수요자의 청구에 의해 열람, 사본, 복제 등의 형태로 공개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은 자발적으로 또는 법령에 의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정보공개의 문제는 ‘알 권리’와 직결된다. 알 권리의 보장은 의사표현의 자유가 활발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모든 사람에게 공공의 정보가 적기에 제공되는 정보민주주의 사회여야만, 참여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제공’이라는 측면은 정보의 도달 문제를 포함한다. 정보를 공개했더라도 누구나 이 정보를 손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면, 또는 부정확하거나 왜곡되기 쉬운 형태로 정보가 공개된다면, 제대로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세종시 시정 방향은 ‘시민 주권 도시’다. 최우선 시정 가치는 ‘주민 참여’다. 가장 대표적인 참여 기구인 시민주권회의 외에도 총 180여 개의 위원회를 구성·운영 중이다.

위원회에는 시민의 대표자 또는 한 분야의 대표 자격을 가진 주민이 참여한다. 위원회 회의에선 공공의 이익과 밀접한 사안이 논의된다. 자문 성격의 위원회는 사업의 절차나 방향, 내용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는 역할에 그치지만, 심의·의결 성격의 위원회는 이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규정 없으면 공개 의무 없다? 행정편의 인식 여전

공개 준수 여부 파악 안 해, 정보공개율 하락 추세

세종시(왼쪽)와 대전시(오른쪽) 홈페이지 회의결과 공개란. 세종시는 회의 자료 공개를 통합 체계 없이 운영해오다 지난해 말 게시란을 만들었다.
세종시(왼쪽)와 대전시(오른쪽) 홈페이지 회의결과 공개란. 세종시는 회의 자료 공개를 통합 체계 없이 운영해오다 지난해 말에야 게시란을 만들었다.

특정 위원회의 명단 또는 회의록은 법령과 조례에 따라 반드시 공개하도록 규정돼있다. 반대로 말하면, 법령이나 조례에 공개 의무를 규정하지 않은 위원회의 자료는 공공기관이 자발적으로 공개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시에 구성된 각종 위원회는 총 180여 개다. 명단이나 회의록을 의무 공개해야 하는 위원회 수도, 이를 실제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여부 파악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5개의 위원회 명단이, 2019년에는 3건, 2018년과 2017년에는 각 1건의 명단이 게시됐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매 회의 전마다 공개가 의무화된 분양가심사위원회 명단은 지난해 10월 회의 개최 하루 전 공개됐다. 다만, 올해 최근 회의를 앞두고는 당연직 위원이 바뀌었음에도 기존 게시글(2020년 10월자)에 파일만 바꿔 놓는 형태로 행정편의식 정보제공을 하는 데 그쳤다. 최근 이 정보를 찾아본 이들은 이를 과거의 자료로 오인하거나, 작성 날짜가 기재되지 않은 모호한 정보를 접하고 갸우뚱 했을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다. 각종 위원회 회의결과 자료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 개설된 시 홈페이지 ‘회의결과’란은 텅텅 비어있고, 홈페이지 내 ‘위원회 회의록’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도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일부 회의록이 어딘가에 공개됐을지라도, 쉽게 찾기 어렵게 해놓았다면, 정보 제공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행정안전부 정보공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대전시의 경우, 위원회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위원회 구성은 위촉·당연·임명직, 공개모집 인원을 구분하고, 이중 공무원과 민간인을, 민간인은 다시 시·도의원, 시민단체 추천자, 일반인으로 분류해 세분화해 제공하고 있다. 위원회 개최 횟수와 운영예산(예산·집행액) 정보도 함께 공개한다.

위원회 구성 공개란과 연결된 회의결과란에는 회의유형(실제·서면), 수당 등 예산 집행액, 회의 안건과 내용, 결과 등의 내용이 공개되고 있다. 실제 위원들의 의견 개진 내용을 원문 회의록 형식에 가깝게 정리해 제공하는 위원회도 여럿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2020년 기준 대전시 원문정보공개율은 77.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세종시 역시 공개율은 70% 초반대로 높은 편이나, 최근 3년 간 매 년 하락 추세다. 

비대면 행정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익명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나 언론 취재 활동이 제한되고 있다. 원상회복 전까지 세종시가 해야 할 일은, 이 도시 이름을 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되새겨 비대면 방식으로 옮겨간 논의의 장을 기록으로 남기고, 모든 시민에 충분히 공개하는 일이다. 

먼지 쌓인 세종시 기록창고의 문을 활짝 열어 달라. 불신은 늘 ‘공개하지 않음’으로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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