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해, 운무청천(雲霧靑天)을 기원한다
[칼럼] 새해, 운무청천(雲霧靑天)을 기원한다
  • 육동일 명예교수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 승인 2020.12.2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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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사자성어’로 본 대전, 그리고 한국의 미래

문재인 대통령과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다사다난했던 경자년(庚子年)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코로나로 인한 국민생명과 안전의 위기에다 엄청난 경제적 고통 그리고 정치사회적으로 대혼돈의 시기였다. 어쩌면 이러한 위기와 혼란은 우리나라 역사를 뒤돌아 볼 때 이미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은 매 10년 마다 찾아오는 경(庚)의 해에 큰 변혁과 함께 불행한 사건들이 많았다. 1910년 경술년(庚戌年)의 경술국치, 1950년 경인년(庚寅年)의 6.25전쟁, 1960년 경자년의 4.19의거, 1980년 경신년(庚申년) 광주민주화 운동, 2010년 경인년(庚寅年)의 연평도 포격사건, 그리고 2020년 다시 경자년의 코로나 펜데믹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전대미문의 이 엄청난 사건들에 굴복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늘 위기를 넘어서서 새 시대를 열어왔다.

다가오는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으로 하얀 소의 해다. 2021년을 역(易)으로 풀면 하늘위에서 천둥이 치니 힘차고 씩씩하다. 곧 비가 내려 홍수가 날 형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운은 초반부터 매우 어렵지만, 구시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시대가 등장하기 때문에 새 시대를 준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특히, 소처럼 근면하며 입이 무겁고 추진력이 강한 새 인물들이 국가와 지역을 앞장서서 끌고 가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의 사자성어를 통해 올 한해 우리가 겪어온 심각한 위기들의 내용과 원인을 정리하는 한편, 희망찬 새해 이 위기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그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항상 옳고, 상대방은 언제나 틀렸다’는 뜻이다. 올 한해 온갖 정치적 이슈와 대립이 있을 때마다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모든 잘못과 허물을 남의 탓, 과거 탓으로만 돌리다보니,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함께 협력해서 국가적 재난과 경제난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증오와 무지는 코로나가 불러온 탈진실, 반지성의 시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세계적인 현상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 같은 확증편향 현상이 판을 치다보니 가짜뉴스, 음모론, 진영론이 진실과 지성의 영역을 밀어내고 대신한 것이다. 지성인과 전문가들의 설 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오죽하면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테스형의 말이라고 가수 나훈아가 노래했다. 이 가사는 소크라테스가 설파한 '무지의 지'를 일깨우며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2021년에는 늘 자기만 옳다는 무지를 반성하고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편 가르기, 줄 세우기, 책임 전가하기를 과감히 떨쳐버림으로써 소위 '지성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출발점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다. 특히, 도시의 침체징후가 확연한 대전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시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의 지(智)적 리더십, 미래비전을 실현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는 물론 능력 있는 공무원을 새해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구삭금(衆口鑠金)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

‘여러 사람들의 입으로 쇠를 녹인다’는 뜻이다. 즉 자신이 내뱉은 말은 자신이 책임지는 동시에 남의 말도 귀 기울여 듣는 아량과 도리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념 간, 지역 간, 세대간, 그리고 계층 간 적과 동지로 갈려 극한 대립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나와 생각과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몰아세워 비난하기만 할 뿐, 그들 가운데 부당하게 억울할 일은 없었는지를 살피는 아량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민주주의를 일찍이 뿌리내렸다는 선진국에서 조차 국민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권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심판(사법부와 선관위)을 매수하거나, 유력한 정적을 경기에 뛰지 못하도록 제거 또는 무력화시키고, 경기규칙을 고쳐서 상대편이 불리하도록 운동장을 기울이는 전략을 구사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고 자책하고 있다. .

결국, 민주주의 이름으로 자유가 위협받고 대의민주주의에서 다수가 집단이익에 빠져 계급입법을 추구하면 다수의 폭정으로 빠진다는 밀(J.S. Mill)과 토크빌(Tocqueville)의 사상과 주장을 다시금 소환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은 이 독재정권과 똑같은 전략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 민족주의, 선동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출발점은 민주주의가 만능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다수결의 원리가 민주주의의 절대 원칙이라는 오만을 지우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가 활동하며 지방자치가 부활되면 민주주의는 저절로 완성되는 것으로 착각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바로서지 않는 한 정권이 연장되든 아니면 교체되든 민주주의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다시금 바뀌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리고 대전시정이 주력하는 시민주도 참여민주주의도 그 성과를 내려면 참여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소외되었거나, 배제된 일반시민들은 없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격화소양(隔靴慅癢)

‘신발을 신은 채 발의 가려운 부위를 긁는다’는 뜻이다. 일을 하느라고 애는 무척 쓰는데 정곡을 찌르지 못하여 성과를 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이르는 말이다. 평등, 공정, 정의가 살아있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한민국을 건설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대해 국민들은 크데 공감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성과를 내지 못한 답답함은 물론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한 한 해였다. 특히 방역난과 생활고의 측면에서 하나의 고난을 겨우 극복하면 또 다른 고난이 찾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국민 대부분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 코로나의 혼란과 위기 속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국가의 역할이 대폭 커지는 동시에 감시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서운 역병에 연약해진 개개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국가권력 뿐이다. 국가만이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환자를 격리·치료해주고 나락에 떨어진 개인의 삶을 해결해 주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예외 없이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국가의 권한을 비정상적으로 확대하면서 국민들을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권위주의 국가일수록 국민감시가 바이러스만큼 확대되어 민주주의를 무력화시켰다. 그 결과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발로 나타난다. 즉 정부가 '신뢰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경제성장과 불평등의 해소를 위한 소득주도성정 정책 및 부동산 정책에서 아직 국민의 신뢰를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 공을 들인 검찰개혁도 본래의 목표와 방향이 흔들리면서 국민들의 공감대가 반감되었다. 최근 긍정적 평가를 받던 K-방역도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와 백신확보가 미뤄지면서 정부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전시정도 올 한해 온통대전 발행과 혁신도시 지정 외에 시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뚜렷한 성과가 미흡한 가운데 유성복합터미널 건립의 계속된 무산과 중소벤처기업부 세종시 이전이 부각되면서 시민들의 신뢰를 놓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모든 정책을 추진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정책홍보로는 해결이 안 된다. 따라서 새해 문정부와 여당은 민주주의와 지성의 회복이, 야당은 정부 발목만 잡는다는 불신에서 벗어나 수권을 위한 비전과 역량의 제시가, 그리고 대전시는 도시침체를 극복할 시정역량의 강화가 국민과 시민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제 신축년의 새 해가 밝아오고 있다. 대한민국과 대전시는 공히 지성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그리고 신뢰의 위기를 극복해서 새해에는 대한민국과 대전시에 드리운 구름과 안개를 걷어내고 '위기를 기회로' '침체를 번영으로' 바꾸는 운무청천(雲霧靑天)의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끝으로, 한 해 동안 성원해준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새해 건강과 행복을 두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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