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선의(善意), 소수의견이 설 자리는?
공동체와 선의(善意), 소수의견이 설 자리는?
  •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 승인 2020.11.3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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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천의 확대경

다수결에 따른 의사 결정제도는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다수결은 여러 갈래로 나뉜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함께 그 길로 가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타협의 방식이다. 비록 다른 의견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다수결로 결정된 사안에 대하여 승복하고 따르는 것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가져야할 바른 자세다. 그래서 51:49에서 1은 49이상의 힘을 갖는다.

그렇다고 하여 다수는 모두 옳으며 절대의 힘을 갖는가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혹시 결정과정에 편견이나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가? 소수의 의견은 무시되고 사라져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꼬리를 문다. 단 1%에도 진실이 들어있을 수 있는 데도 그렇다. 

아파트에는 관리,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위하여 관련 법령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설치되어 있다. 대표회의에서는 의결하는 사항에는 승강기와 보도블록을 교체하고 단지 내 도로를 재포장해야 하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이런 사업을 한꺼번에 시행하자면 일시에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모아 놓은 장기수선 충당금이 모자라는 난제에 이르게 된다. 

더구나 한꺼번에 많은 사업을 집행하면 특정시기에 거주하는 입주민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시급하지 않은 보도블록 교체, 재포장 사업은 다음으로 미루는 내용으로 장기수선계획변경에 관하여 주민 의사를 물었다. 여기까지는 타당한 절차다. 그런데 승강기 교체사업 발주시기에 여러 의견이 나왔다. 일부에서 현 대표회의 임기가 끝나는 달(2021년 10월)에 굳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은 결국 차기(次期) 대표회의는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전기(前期) 대표회의에서 발주된 사업을 뒷바라지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임무를 다하겠다는 취지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일 년 후의 일을 지금 결정해야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 때는 이미 차기 대표회의 대표들이 선출되고 임기를 시작하기 바로 직전이다. 

떠나는 사장의 인사 같은 아파트 승강기 교체

가기천 전 서산시부시장, 수필가

그러함에도 착공 후 4~5개월 소요된다는 큰 일을 발주·계약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적정한지 의문이다. 일부 대표는 20년이 채 되지 않은 승강기를 교체하는 일은 분초를 다투어야 할 시급한 일이 아닌 만큼 한 달을 미뤄 차기 대표회의에서 시행하도록 하는 편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몇 개월 앞당겨 현 대표 임기 내에 완료토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두 의견은 소수의견에 그치고 그때에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떠나는 사장이 사원 인사를 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수긍하기 어렵다.

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다. 임대차 계약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코로나19가 번져 개원과 휴원을 거듭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 보였다. 이에 상생협력 차원에서 다만 얼마의 임대료라도 줄여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이미 계약한 사항이다’라는 주장에 묻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설령 계약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고, 더욱이 입주민 자녀를 돌보는 어린이집 운영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조하는 차원에서 일부 감액을 논의해보자는 의견이 묻혀버린 현실이 안타깝다. 사회에서도 임대료를 깎아주는 미담이 많은데도 그랬다.

단지에는 환경미화원이 일하고 있다. 용역업체 소속이다. 가정에서는 매주 재활용품을 분류배출 한다. 예전에는 입주민이 당번제로 나와 분류하고 정리했는데, 하다 보니 때로는 그 날 바빠서 나오지 못하는 주민이 있어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한 여름, 한 겨울에도 나와 분류하여 묶거나 포대에 담아 힘겹게 옮기는 일도 안타까웠다. 차라리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하여 환경미화원에게 맡기고 수고비로 한 달에 몇 만원을 주기로 하였다. 이제 10년 째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재활용품 가격이 떨어지고 수거업체에서 받는 금액이 줄었다고 하여 수고비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안이 제출되었다. ‘어차피 근무시간에 하는 일’이라는 이유였다. 과연 그런가? 힘들게 일하는 분들에게 임금 보전내지 복지차원에서 드리는 작은 금액을 올려주지는 못할망정 그리 인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줄인다고 한들 가구 당 한 달에 150원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의논하기로 했으니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으나 아쉬운 마음에 냉기가 돈다. 너무 메마르지 않은가?

물론 협의체에서의 다수결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결정은 따라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견고한 성벽’ 앞에 소수의견은 설자리를 잃고 막혀야 하는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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