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내가 이곳에 올 줄 알았으며 그런 사실은 이곳 조직원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라고 협박조로 말했다. 도리어 내가 조직원들에게 적발된다면 자신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손톱으로 탁자를 긁으며 자신이 빠져나갈 좁은 틈을 시종 찾고 있었다. 나는 규칙적으로 탁자를 긁고 있는 그의 손가락을 내려다 봤다. 손목에 새겨진 까만 독거미 문신이 곰실거렸다.

쥐새끼 같은 놈.”

순간 나는 그의 관자놀이를 겨누고 있던 권총의 손잡이 끝부분으로 사내의 왼쪽 새끼손가락 끝마디를 내리 찍었다.

그러자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권총의 묵직한 무게가 그의 손가락뼈를 허물며 탁자에 내리 꽂혔다. 손톱과 얇게 붙어있던 살점이 닭발에서 뼈를 발라낸 듯 허물어 졌다. 손끝에 매달린 껍데기가 보기 흉하게 너덜거렸다.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손목을 움켜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그의 입에다 총구를 물렸다. 신음이 총구를 통해 들려왔다.

다시 한 번 주둥이를 놀려봐. 그때는 정말 방아쇠를 당기겠다. 손가락을 다시 탁자 위에 올려.”

그는 머뭇거렸다. 갖은 인상을 쓰며 허물어진 손가락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토끼처럼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얇고 파랗게 멍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임박했다는 불길한 예감을 내 눈을 통해 본 것 같았다.

손가락에서 연신 흘러내린 선혈이 검버섯처럼 식탁보에 번졌다. 그제야 그는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말로 들었던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잔인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눈치였다.

나는 다시 그의 입에 물렸던 총구를 빼들고 채린이 어디에 있느냐고 나직하게 물었다. 역시 그는 말이 없었다. 철저하게 훈련된 정예의 투사같이 버틸 때까지 버텨 보겠다는 심보였다. 자신이 죽어 가는지도 모르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맹견 같았다. 연신 거친 호흡을 토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그의 눈앞에 총을 바짝 들이대고 쿠션을 입에 물렸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어디 있나?”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동료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눈치였다. 통증을 참느라 쿠션을 지근지근 씹었다. 내 시계를 힐끔거리는 것으로 미루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종업원들이 몰려온다면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시간 없어. 빨리 말하지 않는다면 방아쇠를 당길 수밖에 없어.”

그는 나를 노려보고 이를 빠드득 갈았다. 분노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손가락이 허물어진데 대한 분노가 눈에서 끓고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었다. 하지만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가 기분 나쁜 눈빛을 내게 보이는 순간 다시 권총 손잡이의 끝부분으로 그의 좌측 가운데 손가락 마지막 마디를 내리 찍었다. 손가락이 우두둑 소리를 내며 짓이겨 졌다. 그러자 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입에 물었던 쿠션을 떨어뜨리고 탁자에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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