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유권자의 관용 ‘오판 말라’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자.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자. 자료사진.

자신의 ‘허위 장애등급’ 문제에 대해 “과거의 관행이었음”을 주장했던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자가 당선 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떳떳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관행’이란 말로 일부 잘못을 인정했던 태도가 돌변한 셈이다. 

후보시절 대변인을 통해 “장애등록 반납 여부와 관련해 행정기관으로부터 요구가 올 경우 절차에 성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밝혔던 ‘다소의 겸손함(?)’마저 완전히 사라진 모습이다. 

허 당선자는 19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허위 장애등급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선거기간 내내 네거티브 선거운동 도구로 장애등록 문제를 얘기했다”며 “(장애등록 시점인) 2002년에 나는 소시민으로 장애인 등록에 압력을 가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합법적으로 취득한 과정이어서 문제가 없다”며 “지금의 강화된 기준으로 말하는데, 당시 취득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지금도 그것에 관해선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떳떳하다”는 ‘말 한마디’가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그 중엔 그의 지지자들도 포함되어 있을 법하다. 허 당선자가 지난 2002년 받은 ‘6급 1호’ 장애판정이 당시 법률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잘못된 판정이었음이 이미 드러났는데도 그는 “문제가 없었고 떳떳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허 당선자가 ‘대전시장 당선인 신분’인 자신에게 향하는 해명요구를 아직도 ‘네거티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 과정에서 숱한 공세에 시달렸던 그가 ‘네거티브’와 ‘정당한 의혹제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대전시정을 도맡게 될 허 당선자에게 '네거티브'와 '의혹제기'를 구분하는 능력은 필수다. 정당한 시정비판을 네거티브로 몰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일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선거기간 그에게 제기됐던 ‘발가락 자해 의혹’은 네거티브였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허 당선자가 ‘군 면제를 받기 위해 스스로 발가락을 자해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인이나 증거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상대 후보측의 네거티브가 맞다.  

물론 동료 언론인들 중 상당수가 “중요한 공인이기에 그 정도 의혹제기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필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됐든 언론인이 됐든, 비록 파편(破片)에 불과할지라도 일말의 사실적 근거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 이 정도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선거판은 음험한 루머만 가득 찬 각축장이 될 게 뻔하다. 결국 남는 것은 정치혐오감 뿐이기에 ‘네거티브’는 공익적 관점에서도 사라져야 할 구태다.  

그러나 ‘허위 장애등록’ 문제는 ‘네거티브’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디트뉴스>는 선거기간 ‘발가락 자해의혹’과 ‘허위 장애등록’ 문제를 엄격하게 구분해서 보도했다. 전자의 보도는 최대한 자제했지만, 후자의 문제는 그 어떤 언론보다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허태정 당선자가 스스로 세상에 공개한 ‘장애진단서’ 안에 의혹제기를 위한 분명하고도 정당한 사실적 근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근거를 발견하고도 입을 닫는다면, 언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그가 지난 2002년 병원에서 발급받은 장애진단서 안에는 지체(절단)장애 ‘6급 1호’에 해당된다는 전문의의 소견이 담겨있다. 명백한 오판이다. 등급문제도 아니다. 현재의 기준은 물론 2002년 기준을 적용해도 허태정 당선자는 국가 장애등급을 받을 수 없는 장애를 가졌을 뿐이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허 당선자가 가짜 장애등급자냐, 진짜 장애등급자냐’는 더 이상 궁금해 할 이유가 없다. 그가 법적으로 잘못된 장애등급을 보유했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기에 많은 시민들과 언론이 그에게 그 이유를 묻고 있는 중이다. 혹시 그가 2002년에 중대한 반칙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가 선거를 통해 대전시장으로 선택받았다고 해서 그런 의문이 사라지는 것도, 또 그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당선자 신분인 그는 첫 해명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허 당선자는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 ‘네거티브’라는 방어 논리를 폈다. 결과가 불법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과정이 합법적이었다”는 책임회피도 이어갔다. 

“지금의 강화된 기준으로 (언론이) 말하는데, 당시 취득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거짓주장도 폈다. 2002년과 지금의 장애등급 적용 기준은 동일하다. (장애등급) 취득과정에 허 당선인의 반칙이 없었다 하더라도, 의사의 오판과 담당 공무원의 업무착오가 겹쳐지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해명이 될 수 없는 이야기뿐이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싶다면 “결과가 잘못된 것이기에 국가가 부여한 장애등급을 반납하겠다”고 말한 뒤, 할 말을 하는 것이 옳다. 장애등급을 받을 때 소시민이었다느니, 혜택을 받은 것도 없다느니 하는 말은 대전의 공직자들에게 조소만 불러올 ‘행정 수장’ 답지 않은 모습이다.

‘시민의 시장’을 자임하는 허태정 당선자는 대전의 대표 시민단체 이야기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대전참여연대는 선거 직후 허 당선자의 장애인 등록 의혹에 대해 “선거가 끝났다고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명확한 해명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임기 내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 시민들은 도덕적 흠결이 존재하지 않는 ‘무결점 시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보수정권의 흠이 너무 크기에 현 집권여당의 일부 흠결은 눈감아 주겠다는 관용을 베풀고 있는 것 아닌가.

허 당선자는 유성구청장 재선도전 시점인 2014년 제기된 석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표명한 뒤 학위를 반납한 바 있다. 도덕적 흠결이 분명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정치인에게는 관용을 베푸는 것이 우리 유권자들의 수준이다. 유권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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