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출범 초부터 ‘비상 상황’에 봉착했다. 국정뿐만 아니라 정치 현안이 난마처럼 얽혔다. 꼬인 실타래를 풀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 다들 마음은 콩밭에 있고, 잿밥에만 눈독 들이고 있으니. 국민이 국가 지도자와 집권 세력을 믿지 못할 수밖에. 국민의힘은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해 최고위원까지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셀프 비상(非常)’의 이면에는 또 다른 권력의 진용을 짜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이준석 대표를 쳐내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인사를 비대위원장에 앉혀 놓고 ‘핵관 정치’를
[지상현 기자]대전 대덕구의회의 파행이 끝모를 정도로 점입가경이다. 의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원구성도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면서 기초의회 무용론만 가중시키는 모양새다.대덕구의회의 의장 선거 파행은 지난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4석씩 동수(同數)로 선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7월들어 전국적으로 새로운 지방정부가 들어섰고 대덕구도 새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변화와 쇄신을 예고하고 있지만, 대덕구의회는 지방정부 출범 이후 한달이 넘은 현재까지 출발도 못했다.그 책임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에게 있다. 의
우리나라는 삼권(입법·사법·행정)이 분리된 국가이다. 1인 독재자의 출현을 방지하는 제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삼권이 분리되지 않고,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쏠려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국민만 보겠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은 어쩌면 지지율만 보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처음”이라는 대통령을 보는 국민들은 “이런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국정을 이렇게 운영할 순 없다. ‘경찰국 신설’이 대표적인 예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총경) 모임을 ‘쿠데타’에 빗댔고, 집권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출입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잠정 중단을 공지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하루 만에 기자와 카메라 앞에 섰다.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대통령실은 전날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사유로 “기자실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대통령과 직간접적 접촉을 줄이려는 취지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공지 하루 만에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재개한 것이다. 기자들보다 당황스러웠던 건 대통령실 아니었나 싶다. 기자들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당선인 신분으로 민선 7기 전국 17개 시·도지사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지역 균형발전은 국민 모두 어디에 거주하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균형발전 의지를 밝혔다.윤 대통령은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 8일 민선 8기 전국 시·도지사들을 만나 그 의지를 재확인했다. “저는 선거 때 국민 누구나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고 경제와 산업이 꽃피우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상황은 한 달 만에 급변했다. 새롭게 지어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고강도 혁신을 진행하라는 일종의 ‘오더’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곧바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공공의 역할’에만 치중하다 보니 조직이 비대해지고, 재정 상태가 나빠졌다는 얘기다. 올해 교체가 예정된 공공기관장은 70여 명. 5개 기관 중 1명꼴이라고 한다. 여기에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벼르고 있어 교체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친박의 화려한 복귀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민선 8기 문을 열어젖혔다. 지역사회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인 것 같다. 두 사람이 국회의원 시절 ‘소문난 쌈닭’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때론 ‘막말’ 논란으로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광역단체장 취임 후에도 ‘센’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갈진 지켜볼 일이다. 예상컨대 ‘싸움닭’ 본능은 버리지 못할 것이다. 타고난 기질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싸움닭’ 기질과 성향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만, 싸움의 대상이 ‘시민’이 아닌 ‘정부’여야 한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반(反)지성주의’를 화두로 꺼냈다.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보편적 가치의 공유’를 제시했다. 그 바탕에 ‘자유’를 뒀고,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자유 시민’이 되려면,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초 광주에 갔었다. 지방선거를 끝내놓고 여행차 나선 길이었다. 이른 아침 도착한 KTX 광주송정역. 무작정 택시에 올라 “광주에서 제일 유명한 곳으로 갑시다”라고 했다. 당황한 듯한 택시 기사에게 웃으며 말했다. “광주는 처음이라서요.” 그제야 알았다는 듯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 디가 워디 한두 군데겄소.” 광주의 택시 운전사 김희동 씨(58·수례택시)는 이곳저곳으로 차를 몰았다.차를 타고 가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숫자, 37.7%. 이번 지방선거 광주 투표율이다. 역대 모든 선거와 모든 지역을 통틀어 최저 투표율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충남 3곳(부여군, 청양군, 태안군)을 지킨 건 ‘불행 중 다행’이다. 지방선거 완패에 충청권 광역단체장까지 모조리 진 마당에 기초단체장 3곳 이긴 게 대수냐는 반문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니다. 이들의 당선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낙선한 후보라면 배울 교훈도 있다. 지역 언론은 민주당이 충남 기초단체장 3곳에서 승리한 몇 가지 요인을 분석했다. ▲국민의힘 공천 갈등 ▲보수진영 분열 ▲민주당 후보들의 인물론이 대표적이다. 첫째로 공천 갈등은 비단 국민의힘에만 국한된
선거에 무승부란 없다. 어떻게든 승부는 갈린다. 같은 득표수를 기록했을 때는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연장자가 당선된다. 후보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유권자에게 읍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표라도 적으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당선자만 웃을 수 있는 승자독식 구조가 여전히 한국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도 어쩌랴. 당락은 이미 결판났고, 투표함을 도로 닫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완승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완패했다. 충청권 지방 권력도 대부분 새 인물로 교체됐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였다. 지인과 둘이서 들른 식당에서의 일이다. 점심시간이 꽤 지났는데,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붐볐다. 테이블이 꽉 찰 정도였다. 맛은 두말할 나위 없고, 사장부터 종업원까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친절도부터 위생 상태도 흠잡을 데 없어 보였다. 주문 음식을 찍어 앱에 올리면 음식값을 깎아주는 이벤트(전략)도 구사했다. 정작 눈길을 끄는 건 따로 있었다. 음식과 함께 나온 응원 메시지. ‘이때까지 잘 버텨 왔잖아. 힘내♥’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되는 집’은 이렇게 손님을 배려할 줄 알았다. 그래서 신뢰를 얻
예상치 못한 일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다. 정치도 그렇다. 그래서 정당과 정치인은 책임질만한 언행과 지킬 약속만 해야 한다. 경거망동하거나 약속을 못 지켰을 때는 사과해야 한다. 사과할 줄 모르면 주변으로부터 ‘손절’ 당하기 쉽다. 정당과 정치인도 그렇다. 사과 없이 민심을 얻을 생각일랑 말아야 한다. 꼭 4년 전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 비위 사건이 벌어졌다. 차기 유력 대권 주자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충청도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새겼던 후보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말 많고, 탈 많던 공천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후보들이 ‘예비’자를 떼고 전선에 섰다. 오는 19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2주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지역 언론은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고 있다. 토론은 후보자의 됨됨이부터 정책 비전, 공약까지 한눈에 지켜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문제는 일부 후보들이 토론회 참석을 거부하는 데 있다. 이런 경향은 현역 단체장들에게서 유독 두드러진다. 이런저런 핑계로 토론을 거부하는데, 진짜 이유는 ‘공격받기’ 싫어서다. 이들은 선거 토론
그리스 신화에 ‘시지프스 돌 이야기’가 나온다. 시지프스는 신을 속인 죄로 무거운 돌을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다. 사력을 다해 산 정상에 돌을 올리지만, 돌은 아래로 굴러떨어지기를 반복한다.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이는 행태가 마치 현대판 ‘시지프스의 돌’을 보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초기만 해도 ‘민주당=문재인’ 공식이 성립했다. 그 덕에 민주당은 지방선거도 이겼고, 총선도 이겼다. 21대 총선을 기점으로 이 공식은 흔들렸다. 지난해 4.7재보선 패배로 균열이 갔고,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지난 28일 대전·세종을 시작으로 윤석열 당선인의 지역공약 순회 설명회에 나섰다. 김병준 특위 위원장은 대전·세종을 첫 순서로 잡은 이유로 “국토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김 위원장은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역공약 설명회를 통해 새 정부가 추진할 대전과 세종의 7대 공약을 소개했다. 대전은 중원 신산업벨트 구축과 제2대덕연구단지 조성, 세종은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이 포함됐다. 다만 대전이나 세종, 충남·충북의 7대 공약이 중첩된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 광역교통망(철
지난 9일 국민의힘 충청권 광역단체장 면접이 있었다. 대전시장 후보 면접에 5명이 참가했는데, 이목은 박성효 전 시장에게 쏠렸다. 그는 당시 ‘동일선거구 3회 낙선자 공천 배제’라는 당헌·당규에도 없는 ‘이상한 룰’의 최대 피해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일말의 기대 속에 면접장에 왔을 터. 그의 얼굴은 내내 어두웠다. 박 전 시장은 면접장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동안 쭈뼛거리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손이라도 잡자.” 공천은 물 건너갔어도 ‘선배다움’은 잃지 않았다. 강원의 김진태는 과거 5.18 발언을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알맞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다음 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세 차례에 걸쳐 국무위원 후보자 18명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직접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인사 기준의 잣대를 ‘능력 중심’에 뒀다. 지역과 성별, 세대와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쓰겠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은 ‘장관 후보자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선거 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과 안배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1지방선거 공천에 ‘자격시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험을 잘 본 후보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엘리트 출신 30대 당 대표다운 발상이다. 또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최대 10%까지 감산하기로 했다. 정치 신인에게 제도권 입성의 기회를 열어 공천 개혁을 이루는 동시에 여소야대 국회 지형에서 현역 의원 이탈을 막겠다는 두 가지 계산이 깔린 셈.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룰이 분화하면서 당내 분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동일 선거구 3번 이상 낙선자’를 공천하지 않기로
2017년 대선은 ‘전환’이었다.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겨울에 열리던 선거가 봄으로 바뀌었다.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국정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년 뒤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80%를 웃돌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승리의 ‘보증수표’였다. 그 후 4년. 정권이 바뀌었고, 두 달 뒤 지방선거가 열린다. 객관적인 전력은 정권 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 편이다. 정권 교체 이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은 대선과 지방선거 간격이 바짝 붙어 국민의힘 우세를